사진출처: 「2020 청소년 통계」, 통계청,2020.04.27

올해 4월, 통계청은 ‘2020 청소년 통계’를 발표하였다. 발표 내용 일부 중 ‘경제 부문’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중학생 2.7%, 고등학생 13.6%는 아르바이트를 경험하였다. 2016년 이후 중·고등학생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지만, 현재에도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학업과 더불어 노동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출처: 정서린, 「명품에 열광하는 10대」,서울신문,2020.09.01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고등학교 3년간, 학업적 성취도를 끌어올리기에도 너무 바쁜 학생들이 ‘왜’, ‘어떠한 이유로서’ 경제활동에 뛰어드는 것일까? 청소년 아르바이트와 관련된 연구 논문을 참고해보았다. 그 결과, 총 5가지의 요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소비 욕구 충족’이다. 바쁜 학교생활을 하면서까지 아르바이트를 자처하는 이유 중 하나가 원하는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물질적 욕구 때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부모님에게서 받는 용돈이 이들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자연스레 아르바이트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편적으로 청소년들이 구매를 원하는 것은 부모님들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값비싼 의류, 가방, 액세서리, 코스메틱(화장품)과 같은 종류들이었다.



사진출처: pmg 지식엔진연구소, 플렉스,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최근 10대, 20대 사이에서는 ‘flex(돈 자랑)’를 한다는 해시태그를 달며 명품 구매 사진을 개인 SNS에 게재하는 것이 유행이다. 특히 청소년 10명 중 6명은 명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청소년이 명품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소 명품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27.4%)”라는 이유이지만, “친구들이 가지고 있으니 소외당하기 싫어서 구매한다(13.1%)”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명품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는 청소년들은 무려 14.2%였다. 청소년이 생각하는 10대 명품 소비문화는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많이 사고 싶다’라는 의견(34.1%)이 강했다. 덧붙여, 명품에 유무에 따라 친구들 간 계급이 나뉜다는 사례를 볼 수 있었다. 즉 청소년들의 소비 욕구와 소비문화에 따른 아르바이트는 친구 관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출처: 문화누리카드 홈페이지

두 번째로 ‘가정형편 보조’이다. 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아르바이트를 하여 번 돈으로 자신의 용돈을 스스로 마련하거나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드리기도 한다. 이러한 사유로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에 매진하기가 어려운 청소년들이 여전히 많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법정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관람 및 음반·도서 구매, 국내 여행, 스포츠 관람 이용 등의 혜택을 지원하는 ‘문화누리카드’는 1인당 연간 9만 원이다.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보인다. 저소득 가정 청소년을 지원하는 체계적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할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하는 바이다. 

출처: 한국플로어타임센터



세 번째, ‘독립성 추구’이다. 일부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경향을 보였다. 청소년기는 자연스럽게 부모와의 독립을 추구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를 통하여 스스로 돈을 관리하면서 부모의 간섭 또는 갈등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네 번째, ‘사교와 여가활동’이다. 청소년기의 특징인 ‘친구 관계 유지’가 아르바이트와 연관이 있었다. 청소년들은 같은 취향을 가진 또래와 친구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비슷한 소비와 활동을 통해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청소년들에게 있어 또래 집단과 같은 문화를 향유하며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청소년기의 ‘소속감’의 충족 여부는 삶에 있어 필요 불가결한 것이며, 심리적 안정감과도 연관이 있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자아 성장과 미래준비’이다. 즉, 자신의 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도 있다. 아르바이트하며 자신의 숨어있던 성향이나 잠재력을 발견하기도 하며, 자신의 성향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아르바이트하기도 한다. 논문에서도 강조하듯 청소년들이 미래를 위한 준비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와 관련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예도 볼 수 있다.



출처: 노동OK 사이트



청소년기 아르바이트 경험이 주는 이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더욱 많이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논문에서는 의외의 대답을 찾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청소년기에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현장은 축소된 사회로 청소년에게는 생생한 사회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일 것이다. 위계질서는 물론이고 조직의 질서를 준수하며 남을 배려하거나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는 것 등을 배우게 된다. 아르바이트 현장은 청소년에게 성인과 같은 성실함과 책임감을 요구하게 되고, 가정에서 부모님에게 부리던 짜증 혹은 어리광 등을 허용하지 않는다. 즉 아르바이트를 통하여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자기관리와 시간 관리를 배울 수 있게 되며, 이는 내적 성장을 경험하도록 도울 것이다. 덧붙여, 청소년기에 노동시장에 참여함으로써 가정에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자신감이 생기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한다.



김정호, 「인천시교육청, 2020년도 학교로 찾아가는 노동인권교육 운영」, 경인매일, 2020.07.23





기사 작성을 하며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긍정적인 면을 구체적으로 발견하였고 , 아르바이트 환경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들이 미리 노동시장을 경험하며 얻어가는 면은 긍정적 부분도 있겠지만 부정적 면도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특히 열악한 청소년 노동인권은 정당한 대우를 받기 어렵게 하고, 부족한 일자리는 경제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 현재 학교에서는 진로상담부가 있지만, 진학이나 취업 상담에 주력하는 면이 강하기에, 아르바이트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건전한 직업관을 위해서라도 학교에서는 전보다 관심을 가지고 건전한 아르바이트에 대한 정보를 많이 확보하여 안내하고 지도하여야 한다. 또, 학생들이 아르바이트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련 상담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그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덧붙여 인천광역시 교육청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상담’을 위해 상담 전화 및 1:1 문자서비스(카카오톡)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찾아가는 노동인권 교육’을 실시하며 학생들이 노동의 가치를 이해하고 필수적인 노동의 권리를 찾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청소년기 학업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나가기 전 미리 올바른 아르바이트 인식을 배워나가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전국 시·도에서는 안정적인 고용 환경이 갖춰지도록 고용주를 대상으로 하는 노동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